Part6.앱솔루트 픽스 아머의 행방
서로 꼭 끌어안은 두 소녀를 난감히 바라봤다.
어째 다사다난한 일들을 겪은 모양이었다.
그 눈물 없이 들을 수 없을 법한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,
대화중에 자꾸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는데......?
서로 얼싸 안은 두 소녀의 한풀이보다
더 중요한 게 대화 속에 흘러가지 않았나?
에단
“ 그러니까, 지금 두 분은 빈털터리? ”
에단
“ 괜찮으니까 말해보세요.
상황을 알아야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.”
엘리자베스
“ .....슬프게도, 그런 상황이에요.”
에단
“ 그거...... 왕실의 가보죠?
멀린에게 들은 기억이 있어요. ”
에단
“ 그런 걸 빼앗기다니, 어쩌다가..... ”
엘리자베스
“ 그건 단순한 가보가 아니에요!
브리타니아 왕실에 대대로 내려오고 있는 전설의 무구,
앱솔루트 픽스 아머라고요! ”
앱솔루트 픽스 아머! 이름만 들어도 그 절대적인 방어력이 느껴졌다.
그래서 그 멋진 걸 누구에게 빼앗겼다는 거지?
엘리자베스
“수백 년 동안 변색조차 되지 않은 궁극의 갑옷이죠.
하지만 그게, 그...... ”
에단
“ 괜찮아요, 편하게 말해도 됩니다.
귀중품......
아니, 전설적인 무구를 강탈해 간 녀석이 나쁜 거잖아요? ”
엘리자베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.
베디비어
“ 그게.....
공주님께서 군자금 마련을 위해 일생일대의 승부를
하셨는데,운이 따르지 않아서 그만......”
엘리자베스
“ 아니야, 베디! 그건 분명 사기를 당한 거야.
비겁한 술수에 놀아나고 만 거라고......! ”
베디비어
“ 네?
그럴수가...... 순진한 공주님을 속였다는 건가요?
나쁜 사람들이었군요......!”
둘의 대화를 듣다 보니 의구심이 떠올랐다.
에단
“ 승부? 사기?
설마 공주님, 도박 같은 거라도 한 건 아니겠죠? ”
엘리자베스
“ 도, 도박이라니요! 그건 평범한 슬라임 경주였다고요.
단지...... 돈을 걸어야 하는......”
에단
“ (......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네.) ”
엘리자베스
“ 으........
딱 한 번만 하려고 했어요! 딱 한 번만......
하지만 초반 기세가 좋아 열심히 하다 보니...... 어느새.......”
베디비어
“ 괜찮아요, 공주님! 술수를 쓴 쪽이 나쁜 거니까요.
다음에는 꼭 이길 수 있으실 거예요! ”
아, 이 사람들...... 글렀다.
머릿속에 있던 공주의 환상이 와장창 깨지는 것을 느끼며,
크게 심호흡을 했다.
에단
“ 그러니까, 공주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도?
조금 전 말한 펜던트라는 거! ”
엘리자베스
“......그것도 담보로 그만. 후후후후후...... 아쉽게 되었죠.
그래도 팔거나 하지는 않았어요. 저당잡힌 상태니까,
돈만 있다면 되찾을 수 있어요! ”
회사 다닐 때 만성처럼 따라다니던 두통이,
여기서는 없어진 줄 알았는데.
에단
“ 실종되었다더니 지금껏 뭘 하고 다녔던 거야?
그걸 전부 날려 먹다니! ”
엘리자베스
“ 시, 실례에요! 거사에는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
스스로 준비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요? ”
에단
“ 정상적인 방법을 택했어야지!
그쪽! 그쪽 아가씨는 말리지 않고 뭘 한 겁니까? ”
베디비어
“ 저, 저도 힘을 보탰지만......
어쩔 수 없는 강적을 만나버린 끝에....... 흐윽! ”
망했어! 이런 사람들을 믿고 전설의 검을 찾으러 가야 하다니.
엘리자베스
“ 다,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요!
당신은 외부인이잖아요.”
에단
“ 그러니까 몇 번이나 말했잖아, 인도자라고.
중요한 것들을 빼앗겨서 경계하고 있는 건 알겠는데,
나는 틀림없이 멀린이 보낸 인도자야.
그보다는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는 게 어때?
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도 전부 잃었잖아.”
엘리자베스
“ .....잃은 건 안타깝지만 찾을 수 없는 건 아니에요!
열심히 돈을 모은다면...... 찾을 수 있을 테니까......"
에단
“ 어떻게 돈을 모을 건데? 계획은 있어? ”
에단
“ 고블린에게 납치당한 것도 그 계획의 일환이었던 거야? ”
엘리자베스
“ 그, 그게......
으...... 그래요....... 전 쓸모없는 공주에요.......
공짜 음료수에 현혹되지만 않았어도......
후회해 봐야 소용없겠지만요. ”
베디비어
“ 괜찮아요, 공주님. 공주님은 잘못 없어요.
함께 열심히 일이라도 해서 돈을 모아봐요! ”
깊은 좌절감에 비틀거리고 있는데,
한참을 보이지 않던 모르가나가 풀숲을 헤치고 나타났다.
왠지 영혼이 나간 듯한 표정이다.
에단
“ 모르가나 대체 너 지금까지 어디서......”
모르가나
“ 에단...... 저...... 무언가 소중한 것을......
잃은 기분이...... ”
모르가나는 힘을 사용한 뒤였으니 쓰러져 있었을 터다.
그런데 저 반응은......?
에단
“ 설마! 너, 혹시 지려버린 건......! ”
모르가나
“ 이, 이게 다 에단 때문이니까요! ”
에단
“ 이걸 내 탓을? 뭐라는 거야, 이 민폐 덩어리가! ”
엘리자베스
“ 후후후, 난 쓸모없는 공주.....”
베디비어
“ 공주님! 전 공주님 뿐이니까요! ”
모르가나
“ 치욕, 치욕적인 날이에요! 이제 난 어떻게 살아가야.....”
두통을 넘어, 점차 속이 쓰려오는 기분이다.
이 난리통이 진정되기까지는, 이후 좀 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.